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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토에서 보낸 사흘

교토에서 보낸 사흘

관광지가 아니라 골목을 걸었다. 수백 년 된 건물 옆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산다.

처음 교토에 갔을 때 가장 놀란 건 절이나 신사가 아니었다. 낡은 마치야 사이에 세탁기가 있고, 골목 끝에 편의점이 있고, 초등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지나다녔다. 수백 년 된 건물 옆에 사람이 살고 가게가 영업한다. 그 일상성이 교토를 특별하게 만든다.

수백 년 된 건물 옆에 사람이 살고 가게가 영업한다. 그 일상성이 교토를 특별하게 만든다.

첫째 날: 기온에서 길을 잃기

공항에서 게스트하우스까지 짐을 놓고 곧장 기온으로 향했다. 하나미코지는 예상대로 사람이 많았다. 30분쯤 걷다가 옆 골목으로 빠졌다. 이름 없는 좁은 길. 돌이 깔린 바닥,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오른 목조 건물, 닫힌 격자문.

관광 코스를 벗어나자 교토가 달라 보였다. 지도 앱을 끄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. 두 시간쯤 그렇게 걷다가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. 카운터 다섯 자리짜리. 주인이 핸드드립으로 내려준 에티오피아 내추럴 한 잔.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마셨다.

둘째 날: 필름으로 찍은 아라시야마

아침 일찍 아라시야마로 갔다. 대나무 숲은 오전 7시에 가야 한다. 관광객이 몰리기 전, 빛이 숲 사이로 내려오는 그 시간. Canon AE-1 Program에 Kodak Gold 200을 물려서 찍었다.

필름의 질감이 그곳의 분위기와 맞았다. 너무 선명하지 않고, 색이 살짝 바랜 듯한. 디지털로 찍으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가짜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.

셋째 날: 니시키 시장과 이른 저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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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지막 날 오전은 니시키 시장을 돌았다. 두부, 절임 채소, 구운 꼬치, 말린 과자. 좁은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무엇이든 사고 싶어진다. 자제력을 발휘해서 유자 소금 한 병만 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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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녁은 이른 시간에 작은 야키토리 집에 들어갔다. 혼자 카운터에 앉아 맥주 한 잔과 꼬치 다섯 개. 주인과 두세 마디 나눴다. 교토에 왜 왔냐고. 그냥 걷고 싶어서요. 좋네요, 라고 했다.